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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정들을 보고 해안가로 갔다. 

상선들이 느린듯 분주하게 오가는, 바다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의 땅이다.

건드리면 깨질 듯한 짙은 하늘에 수증기의 그림이 펼쳐지듯.. 

요트 선착장과 어시장... 쪽배를 타고 시내로 간뒤 호수가 있는 석호가 있는 공원으로 갔다.

호수 건너편 아파트... 이런 곳에서 사는 나날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들을 나눴다.

그리고 남쪽 시가지와 북쪽 동네를 연결하는 바다버스를 탔다. 설산으로 향하는 곳에 닿는 배. 

배는 파도를 부수고 나아간다

맑은 날 오후,

한켠에선 비행정이 뜨고

대교 대신 배로 물을 건너는 곳에서.

 

17년 6월 Vancouver 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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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건너편 도시였다. 일년내내 따뜻한, 하지만 북쪽 외곽엔 설산이 있는, 울창한 숲이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해안을 접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마치 비행정의 시대를 살고 있는 듯 보였다.

작은 비행정들은 인근의 섬을 연결하고 있다. 땅 대신 바다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느낌은 어떨까.

비행정들은 바퀴를 넣을 수 없어 날아오른 채 그대로 날아간다.

날아가는 모양새가,

다리를 뒤로 젖히고 우아한 채 날갯짓하며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는 철새라기보단

당장 살아내야 할 양식을 얻기 위해 사냥하러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듯하다. 

 

17년 6월, Vancouver 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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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것은 새로운 장도 아닌, 특이점 이후의 이야기라고 정해도 좋겠다. 


17년 6월, Vancouver CN 

A scene - 31

Scenes/From Journey 2014. 10. 19.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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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를 헤매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바닥에 흐르는 희미한 빛에 의지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한참을 지나자,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두운 가운데, 빛을 내뿜는 그것.
눈동자처럼 빛을 내면서 나를 집어삼킬듯
요동치고 있었다  

다가간다... 빨려들어갈듯 하다...
정체모를 역장에 의해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 너머엔 무엇이 존재하고 있을까,
이 힘은 나를 어디로 이끄는 것일까.

의식은 내 몸을 제어하지 못하고
경계면에 닿을 순간, 누군가 뒤에서 끌어당겼다.
내 눈동자에 비춰졌던 저 빛의 소용돌이는 자취를 감췄다.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렸을때,
주위의 어둠은 사라지고 없었다.
따뜻한 오후의 햇살이 비치는,
늘 맞이하는 평범한 어느 하루, 화창한 가을이었다.


14년 9월, 삼례문화예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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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쉬었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을 벗어나 남녘으로 향했다, 들판이 펼쳐지는 서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곳에 얽힌 이야기는 시간상 딜쿠샤에서부터 이어진다:
수탈한 곡식들이 선적되기전 모아졌던 장소는
해방이후  관제 협동조합에서 저장고로 사용되다 
몇년전에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

세월에 닳고 녹슨 겉모습은 보존하고,
이제는 곡식대신 문화를 저장한다.


14년 9월, 삼례문화예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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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 너머에, 우정과 사랑은 존재한다."     Henri Cartier-Bresson <영혼의 시선>中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결핍된 세상에서..

And this is the last posting with picture taken at Chicago August 2010. 

Minolta X-700, MD Rokkor 50mm f1.7, Fuji 200, Nikon LS-50
10년 8월, Chicago 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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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면 그렇게 우연히라도 다시 마주치겠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수없이 스쳐가는 옷깃중에 네것은 없더라.
사람으로 꽉찬 이도시에서 우연한 만남은 없을지도 모르겠구나.
우연을 가장한다면 몰라도.

Encountered on the street - 아홉번째



Minolta X-700, MD Rokkor 50mm f1.7, Fuji 200, Nikon LS-50
10년 8월, Chicago 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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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가오는 것들 따위 설레이지도 않아,
기대해왔었지만 끝에 남는 건 실망 뿐이어서.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이루어지는 건 없다. 모든건 不知不識 중에 찾아든다.



Minolta X-700, MD Rokkor 50mm f1.7, Fuji 200, Nikon LS-50
10년 8월, Chicago 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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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임에도 아득히 멀어보이는 도시의 밤풍경.

도시의 밤풍경을 바라보면 표현하기 힘든 감정에 휩싸인다.
야경은 오롯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빛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스무살에 봤던 달동네의 야경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보석을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가로등 불빛들 그리고  
어둠이 끝에 닿아 사그러들기 시작할 무렵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까지도.



Minolta X-700, MD Rokkor 50mm f1.7, Fuji 200, Nikon LS-50
10년 8월, Chicago 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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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곳을 지나갈 땐

나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쉰다.

너른 공간의 공기와 냄새가 몸안으로 들어온다,

공간의, 거리의 기분을 읽는다.



Minolta X-700, MD Rokkor 50mm f1.7, Fuji 200, Nikon LS-50
10년 8월, Chicago 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