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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밀려있던 필름들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은 그 필름을 쓰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것이든, 충분한 시간이 지난뒤에 듣거나 보게 되면 처음 접했던 당시의 기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바람이 차갑고 세게 불던 가을의 어느날 분당에서 였던 걸로 기억한다. 가을은 막바지로 접어들었었고....학기중 내가 맡았던 감투도 슬슬 벗게 될때가 가까워 졌을 시기...
  가을 내내, 2학기 내내 줄곧 늦가을, 겨울의 문턱만을 보고 지내왔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어느 학기보다도 내 자신의 안과 밖에 만전을 기했다고 자부하니까.
  이제 외적인 무게는 넘겨졌다. 精進해보자.
차분히 책을 펴고, 파인더에 눈을 대보자.
지난 가을의 기운을 납상자에 가두어 두고...ㅋ

28-85, Superia 200, filmscan
03년 가을, 분당에서.

Yuhki Kuramoto, Meditation II(From Sailing in Silence) 출처: 아이뮤페